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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참사가 일어나는지 알게 된 순간들
2023년 진주남강유등축제 개막식이 있던 어제, 행사장에 다녀왔고요.
행사 내용, 축제 분위기, 위치, 주차, 먹거리에 관해서 올리기 전에 이 내용부터 올리고 싶어서 먼저 올려봅니다.
↓ 추후에 올린 2023 진주남강유등 축제 총정리
밑에 글은 주차TIP! , 불꽃놀이 장소, 부교통행권, 스탬프 등등 모든것들을 정리해놨어요. 참고하세요
2023 진주 남강유등축제 홍보를 보고 (지금까지 행사가 있는지 몰랐던 1인) 일요일에 개막식이어도 다음 날 공휴일이라서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니까 함께 가서 드론쇼도 보고 불꽃놀이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구에서 출발했습니다.
천천히 갔음에도 거리가 멀지 않아서 점심때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유등축제 행사장 부근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1시 넘어서 행사장에 갔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 없었어요. 여유롭게 바로 입장하고 부교 티켓을 미리 끊어놔서 확인하고 팔찌를 착용한 채로 산책하듯이 돌아다녔습니다. 준비를 정말 많이 한 듯 보였어요. 정말 많은 부스와 체험거리, 먹거리, 화장실, ATM기, 편의점 등등 잘 만들어놨다고 이야기했었거든요.
생각보다 행사장 범위가 엄청 커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스탬프 찍는 체험은 꿀이었어요.
하지만 역으로 스탬프 찍는 곳 범위가 넓어서 생각한 거와 달리, 저희는 어다리 부교로 들어가서 다 돌아보고 용다리를 건너 쭉 걸어가서 물빛나루다리까지 건너고 다시 스탬프 2개를 못 찍어서 휴식존 하모존 진주성 부근에 있다가 나중에 스탬프 두 개는 포기하고 지친 상태로 밖으로 나가서 저녁을 먹고 다시 들어왔어요.
어두워지고 나니까 안보이던 인파가 갑자기 늘어나고, 사람 많아졌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7시쯤 진주교 밑에 내려와서 배다리쪽을 건너려고 보니 오고 가는 길이 분리도 안되어있고 제대로 안내하는 사람도 없었고, 배다리를 건너려는 사람과 나오려는 사람들이 뒤섞여서 엉망이더라고요.
들어오실 분들 팔찌 착용한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오라고 하고, 서로 빨리 들어가려고 밀치고 인산인해였네요. 이때까지만 해도 부교 앞에 있던 스텝이 사고 난 다고 사람들을 나눠서 보내고 결국 수월하게 건너갔어요.
건너가고 자리 잡는 데까지 20-30분이 걸렸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바위 위에 자리 잡고 그 뒤로도 길바닥에 3~5줄 무리 지어 사람이 지나다니는 곳에 앉아 계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냥 서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뒤에 서서 한참을 기다렸어요.
아이들은 계속 언제 시작하냐며 힘들어했고, 안내되어 있던 시간은 19시 40분에 드론쇼였는데 50분이 넘어서 시작하고,
불꽃놀이도 20시가 아닌 20시 4분쯤 시작한 것 같아요. 왜 바로 안 하냐며 잠시 짜증도 났지만, 그걸 잊을 만큼 드론쇼와 불꽃놀이 정말 멋졌습니다. 불꽃놀이, 드론쇼가 펼쳐진 장소는 지도에 표기해 두었어요.
문제는 그 이후예요.
저희는 주차 때문에 다시 부교를 건너서 나가야 했고, 다시 배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사람들이 질서는커녕 우측통행하라는 말 무시하고 막 뚫고 지나가는 사람들, 뒤에서 미는 어른들.. 저희 둘째는 키가 110cm가 넘지 않는 아이인데, 걸어 다닐 나이라서 안고 이동하기엔 무리가 있었고, 덩치 큰 신랑이 아니었으면 파묻혔을지도 몰라요.
행사에 아이들이 즐길 거리가 있는 만큼, 아이들과 동행한 가족들 정말 많았어요. 어린아이가 있으니 밀지 말아 달라고 외쳐도 50~60대 어른들로 보이는 분들은 무리 지어 가는데, 자기들 주차한 곳에 누가 기다리는지, 통화를 하더니 순찰 조끼를 입으신 분을 앞으로 내세워서 막 밀고 나가더라고요.
처음에는 안내해주시는 분인줄 알고 앞에 조끼 입으신 분에게 "제발 지휘 좀 해주세요. 사고 나겠어요." 하니깐 자기는 지휘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냥 그 무리 중에 한 명이었어요. 자기들 나가기만 바쁘고 빨간 경광봉은 왜 번쩍 들고 가시는 건지... 너무 짜증 났어요.
그 후로도 배다리에 가까워지자 지도에 빨간색으로 표기된 곳에 사람이 몰려서 한걸음 움직이는 게 위험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었고, 신랑이 나중에 소망등 중간에 어떤 사람이 나가는 걸 목격하고 저쪽으로 나가자고 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해서 트럭 사이에 보이는 소망등 터널 안으로 들어가고 겨우 빠져나와서 배다리로 가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천주교 위로 올라가기 위해 옆에 길로 나가서 큰길로 나왔는데, 여기도 장난 아니더라고요.
경찰분들이 정말 많아 보였는데 다 교통지휘하느라 바쁘시고 한분은 두 사람씩 줄 서서 가시라고 정리해 주셔서 우측통행을 해서 지나갔어요.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4-5명씩 막 무리 지어 오더라고요. 막 부딪히고.. 그래서 아이를 차로 쪽에 걷게 하고 천천히 길 따라 나갔습니다. 중간에 도로에는 구급차가 위급해 보이는데 차들은 비켜주지도 않고.. 결국 멀리서 경찰이 뛰어와서 길을 터주더라고요.
촉석문으로 다시 가서 역사존 쪽으로 가는데, 일반적인 행사하는 곳에 인파정도로 한산해 보였어요. 어쩜 이리 다른지.. 이미 빠져나가신 분들이 많았겠지만, 무리 지어 핸드폰 보며 걸어가는 경찰들 보고 한숨이 났어요. 아직 건너편에는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인력이 저쪽에 투입됐으면 하고요.
곳곳에 쓰레기도 장난 아니게 많았어요. 대형 쓰레기통을 여러 개 보았는데 부족했나 봅니다. 부족했다기보다 자기가 머문 자리 안 치우고 그냥 가신분들도 있으셨겠죠. 압사당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왜 참사가 일어나는지 알겠다며 진짜 큰일 나겠다.. 무섭다.. 하던 순간에도 사람들한테 앞뒤로 밀리는데, 쓰레기를 바닥에 얼마나 버렸는지 발 밑에 쓰레기 천지여서 두꺼운 팸플릿에 발이 걸려 아이가 넘어질 뻔하기도 했어요.
집에 오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불꽃놀이, 드론쇼를 볼 때도 어르신들이 뒤늦게 와서 앞에 사람들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일행이 있는 듯이 앞으로 가서 일어서서 시야 다 가리고, 아이들이 보고 있는데 그렇게 행동하시는 거 보고 정말 한숨이 났어요. 첫째 아이가 초등학생2학년인데, 화가 난다고 표현하더라고요.
오랜 시간 걷고 힘들고 지친 아이들도 질서 잘 지킵니다. 10대로 보이는 학생들이나 어르신들 질서하나 없어요. 막밀고 갑니다. 잘 지키시는 분들도 계셨겠지만, 대다수 그렇게 보였어요.
행사 준비가 잘된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도 많이 보여서 안타까웠어요. 안내해 주는 분들은 많지 않았고, 대부분 알바학생들이 무슨 질문하는 것마다 자기들은 잘 모른다고 답하더라고요. 이해는 가는데 행사 전에 숙지가 되어있지 않고, 그냥 서있는 것 같아 보여서 답답했고, 제일 끔찍했던 건 큰 사고가 난 지 1년 채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경각 심 없이 행동하는 모습이 참담했어요.
그리고 사고가 일어날 뻔했던 곳은 진행본부 앞이었는데.. 대체 뭘까요?
그냥 방송만 계속 나왔어요. 위험하오니, 혼잡하오니.. 그곳에 경찰은 없었어요.
행사의 첫날, 개막식.. 그리고 드론쇼, 불꽃놀이, 공휴일..
삼박자가 갖추어져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교통은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던데, 행사장 속은 관리가 안되었고, 제가 걷던 그 길이 평지임을 감사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비탈길이었다면 사고를 면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저는 잘 빠져나왔지만, 혹시나 이후에 별일 없었나 걱정되는 마음에 기사를 보니 다들 같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안전안내문자는 주차장에 와서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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